신용회복경험담

2025.07.31 13:18

무너졌던 내 삶, 다시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7.3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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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평범했던 청년 예술가의 하루 (15%)

그림을 그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독립해 일했죠. 게임 원화, 광고 삽화, 웹툰 콘티 작업까지 꾸준히 수주를 받아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월 평균 수입은 들쭉날쭉했지만, 성수기엔 300만 원 이상도 벌었고, 일이 많을 땐 밤을 새우며 작업하던 날도 많았죠.

당시엔 결혼도 했습니다. 비슷한 예술 분야에서 일하던 파트너였고, 서로의 창작을 응원하며 함께 미래를 꿈꾸던 사이였습니다. 작은 전세집을 얻어 신혼 생활도 시작했죠. 아직 가진 건 없었지만, 마음만은 꽉 차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전개: 이혼이라는 예기치 못한 파도 (25%)

하지만 창작이라는 일이 그렇듯, 수입은 일정하지 않았고, 서로의 가치관 차이도 점점 벌어졌습니다. 결국 결혼 생활은 2년을 채 버티지 못했고, 합의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인생의 경사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위자료와 재산 분할을 합의하며 약 4,500만 원의 금전적 의무가 생겼습니다. 이미 쓰고 있던 신용카드는 한도까지 사용된 상태였고, 급히 은행 두 곳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습니다. 매달 이자만 해도 70만 원이 넘었고, 그 외 생활비와 월세까지 감당하려다 보니 카드론까지 끌어쓰게 되면서, 어느덧 채무는 7,800만 원까지 불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달엔 꼭 그림 일이 들어오겠지’ 하는 근거 없는 낙관 속에 버텼습니다. 그게 3년 반을 그렇게 이어졌고요. 그사이 신용은 바닥이 났고,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위기: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 결국 마주보다 (20%)

결정적인 계기는 부모님이 알아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제 우편물을 몰래 확인하신 어머니가 은행 독촉장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셨습니다. “너 이러다 정말 무너진다”는 말에 무언가 끊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사실 몇 달 전부터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알게 됐지만, 솔직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30대 초반인데, 이미 사회적으로 실패자가 된 기분이었거든요. 그래도 주변 프리랜서 친구 중 한 명이 비슷한 상황에서 회생절차를 밟아 다시 일어섰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내 상담을 받아보게 됐습니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상담사 분이 담담하게 제 상황을 듣고 “이건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주셨을 때, 처음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그 말이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해결: 개인회생 절차, 그 치열했던 6개월 (25%)

상담을 받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접수하기까지는 약 2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후 4개월간의 심사 끝에 인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총 채무 7,800만 원 중 일부를 36개월간 갚는 계획이 승인됐고, 저는 매달 약 25만 원씩 변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엔 “내가 정말 이걸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컸습니다. 변제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병행했어요. 편의점, 카페, 심지어 그림과 전혀 상관없는 물류센터에서 새벽 일도 했죠. 몸은 힘들었지만, ‘내가 이 돈을 갚고 있다’는 자각은 큰 위안이 됐습니다.

법원에 직접 출석했던 날, 판사님 앞에서 제가 처한 상황과 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이 가장 떨렸습니다. 하지만 그 절차가 제 삶을 다시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말: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지금 (15%)

이제 개인회생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매달 성실하게 변제금을 내고 있고, 다시 그림 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밑바닥’이라 느꼈던 그 시절보다는 확실히 단단해졌습니다.

저는 다시 꿈을 꿉니다. 언젠가 제 이름을 건 전시회를 열고, 채무 없이 깨끗한 상태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땐 진짜 저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지금의 저처럼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꼭 말하고 싶어요. 도움받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오히려 다시 일어서기 위한 시작입니다.

우리는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캔버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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