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경험담

2025.08.05 17:07

프랜차이즈의 꿈, 그리고 무너진 현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8.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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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의 꿈, 그리고 무너진 현실

미술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지 몇 년, 서른을 넘기며 저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죠. 수입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미래가 불안했고, 어느 날 친구가 제안한 프랜차이즈 카페 창업 이야기에 혹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서 안정적일 거야”라는 말이 마음을 움직였죠. 저축한 돈에 은행 대출과 카드론까지 더해 약 1억 1천만 원을 들여 서울 외곽에 작은 매장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손님도 제법 있었고, ‘이제 나도 자리를 잡았구나’ 싶었죠. 하지만 1년도 안 되어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유동인구가 줄고 임대료는 계속 올라갔습니다. 본사의 과도한 재료비, 광고비 부담까지 더해지니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월세도 밀리고, 직원 월급도 버거워졌죠. 손해를 감수하며 폐업을 결정했을 때, 이미 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빚만 남아 있었습니다.



 

나락에서 마주한 현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접은 후, 다시 그림 일에 전념하려 했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카드값 연체, 독촉 전화, 신용등급 하락.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죠. 어떤 날은 잠도 못 자고 밤새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이번 달은 몇 군데만 갚고, 나머진 다음 달로…’ 그렇게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3년이 훌쩍 지나 총 채무는 1억 1천만 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통장 압류였습니다. 일이 들어와도 돈을 받을 수가 없었고, 작업 도구를 살 여유도 없었죠. 그제야 인정하게 됐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해결 못 하겠구나.’ 개인회생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연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었죠. 주변에 털어놓기도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상담을 받아봤고, “당신처럼 성실히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나를 살린 개인회생

상담 후 서류를 준비하고, 법원에 접수하기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습니다. 이후 6개월가량 심사 과정을 거쳐 개인회생 인가 결정을 받았죠. 총 36개월 동안 매달 32만 원씩, 총 1,152만 원을 갚는 조건이었습니다. 나머지 채무는 성실히 변제를 완료하면 면책되는 구조였어요.

처음 몇 달은 버겁기도 했습니다. 예술가로서 창작 활동과 생계를 동시에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큰 힘이 됐습니다. 법원 출석 날,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고,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면서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어요.



 

다시 그리는 내 인생

현재 개인회생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째입니다. 변제는 성실히 진행 중이고, 연체 없이 잘 납부하고 있어요. 아직 풍족하진 않지만, 돈에 쫓기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입니다. 예전엔 하루하루가 불안했는데, 요즘은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작업 활동을 넓혀 전시도 열고, 교육 콘텐츠도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더 이상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 능력 안에서 차근차근 성장해나가려 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저처럼 빚에 허덕이고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개인회생은 도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제도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을 수 있고, 중요한 건 그다음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입니다.

우리 모두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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