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경험담

2025.04.28 11:17

30살 창업가의 반성문, 그리고 다시 걷는 길

  • 최고관리자 12일 전 2025.04.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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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일만 보였던 20대 후반

저는 올해 서른 살입니다. 20대 중반에 퇴사 후 혼자 앱 기반 플랫폼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도 직접 하고, 마케팅도 혼자 뛰다 보니 하루 15시간은 기본이었죠. 초반엔 투자 없이 자본금 500만 원으로 시작해 어떻게든 수익을 내보려고 했고, 몇몇 프로젝트가 소소하게 성과를 내면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조금만 더 자본이 있다면 금방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주식으로 옮겨갔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단타였지만, 점점 레버리지(빚을 내서 투자)에도 손을 대게 됐고, 그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 전개: 기대는 커졌고, 빚도 커졌다

2021년, 기술주가 강세일 때였습니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생각에 증권사에서 신용계좌를 개설하고, 투자금의 2~3배까지 빌려 주식을 샀습니다. 하루에 수십만 원을 벌기도 하니까 감이 온 줄 알았죠. 그렇게 3개월 만에 약 3천만 원의 수익을 냈고, 자신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금리 인상, 지정학적 불안정, 연이은 하락장... 어느새 계좌는 반토막이 나고, 마진콜(증거금 부족으로 강제청산)이 몇 번이나 반복됐습니다. 그때부터는 손해를 복구하려고 더 많은 돈을 빌려서 투자했어요. 증권사 2곳, 카드사 1곳, 저축은행 1곳에서 빌린 금액이 어느새 9천만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회사는 매출이 있었지만, 투자 손실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저는 카드값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투자앱만 들여다보는 하루하루. 어느 순간엔 이 악순환이 끝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덮쳐왔습니다.



 

3. 위기: 무너지는 자존감과 선택의 순간

결정적 계기는 저축은행에서 전화가 왔을 때였습니다. “이번 달 납입 없으시면 법적 절차 들어갑니다.” 처음엔 별일 아니겠지 했는데, 며칠 뒤 신용점수가 급락하고, 연체 사실이 회사 제휴 파트너에게까지 알려졌습니다.

무너졌습니다. 한창 잘나가야 할 시기에, 친구들은 결혼 준비하고, 투자도 성공했다는 얘기를 하는데, 저는 가짜 자존감 하나로 모든 걸 덮고 살았던 겁니다. 고민은 한 달 넘게 했습니다. 개인회생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싫었어요. ‘내가 실패자가 되는 건가’ 싶었죠.

하지만 주변에 털어놨을 때 돌아온 말은 “너무 늦기 전에 결정 잘했다”는 격려였습니다. 의외로 대부분은 이런 경험을 알고 있었고, 누구도 절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상담받으러 처음 갔을 땐 온몸에 힘이 쭉 빠졌어요.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자괴감과 동시에, 누군가 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어준다는 안정감도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4. 해결: 법원에서 희망을 보다

상담부터 인가까지는 약 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제출서류는 복잡했지만, 꼼꼼하게 준비했고, 결국 서울회생법원에서 인가를 받았습니다.

저는 소득이 일정치 않은 사업자였기 때문에 평균 매출, 지출, 개인 생활비를 기준으로 산정됐고, 결과적으로 월 47만 원씩 3년간 변제(총 1,692만 원)하고, 나머지는 면책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법원 출석은 긴장됐습니다. 대표라서 더 그런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판사님은 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려 하셨고, “앞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초반엔 월 변제금 내는 것도 빠듯했지만, 개인 소비를 거의 완전히 줄이고, 회사 수익에서 최소 비용만 남기고 생활하면서 버텼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단순한 생활로 돌아오니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5. 결말: 이제는 무너지지 않는 바닥을 다지며

지금은 개인회생 1년 차 중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연체 없이 변제금을 내고 있고, 회사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고, 오히려 보수적인 경영이 더 오래간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제 인생에서 ‘빚’이라는 단어는 부끄러운 과거지만, 동시에 성장의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저처럼 스타트업을 하거나 투자로 어려움에 빠진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회복할 수 있는 제도는 분명 존재하고, 그 기회를 잡는 것도 용기입니다. 처음엔 부끄럽고 무서울 수 있지만, 분명히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다시 걷는 길이 훨씬 단단합니다. 이젠 저는 그렇게 믿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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